“와서 보시겨! 오늘은 나도 연주가여!”…강화군노인복지관 인문학반 음악회

인문학의 3대 과제를 설명하는 김원수 교수. 사진=김인실
“나이가 많다고 마음까지 늙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전원곤 대표. 사진=김인실
자작 수필을 낭독하는 김장식(77, 수필가) 작가. 사진=김인실
구슬프게 색소폰을 연주하는 이상옥 연주가. 사진=김인실
색소폰과 에어로폰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유재량 연주가. 사진=김인실
김노현 작곡, 작시 ‘황혼의 노래’ 를 부르는 윤치문(86, 강화읍) 수강생. 사진=김인실
여성 3중창. 왼쪽부터 김인실, 김정자, 이종남. 사진=김인실
음악에 도취해 있는 수강생들. 사진=김인실

 

소나무와 들꽃의 조화. 사진=김인실
220여 종의 꽃이 피어있는 정원. 사진=김인실
온갖 꽃과 예술작품이 전시된 정원. 사진=김인실
장독 위에 곱게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예쁜 자태를 뽐낸다. 사진=김인실

강화노인복지관 인문학반 수강생들은 5월 28일 오전 11시부터 길상면 온수리 김원수 교수의 자택 정원에서 음악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인문학 수강생들의 ‘문화 산책 수업’의 일환으로, 문화생활에 관계된 모든 행사를 체험해 본다는 의도로 지난해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음악회를 갖게 됐다.

김원수 교수는 이 행사를 위해 차양막과 탁자, 의자를 새로 구입하고, 사모님과 함께 정성들여 가꿔 온 정원을 수강생들에게 선뜻 내어줬다.

김 교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쯤 와 있는가,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인문학의 3대 과제”라며 “인문학반이 개설된 지 11년째인데,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음악회다. 마침 이 정원에는 220여 종의 꽃이 있는데 음악과 꽃 감상을 통해 인문학을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강생 전원곤(91, 불은면) 씨는 “요즘 노인요양원에 봉사활동을 나가는데, 그곳에 수용된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삶에 아무런 의욕도 없이 죽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우리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은 것은 아니니 청춘처럼 활력을 내서 의욕적으로 살아보자”고 말했다.

색소폰으로 여러 곡을 연주한 이상옥(91, 길상면) 씨는 “젊었을 때 일본 지사에서 근무했는데, 거래처 회식자리에서 ‘선구자’를 불렀다. 그 노래는 독립운동가를 찬양하는 내용이라 일본인들이 알면 곤란한 노래였는데, 다행히 한국어를 아는 일본인이 없었다”며 “오늘은 윤해영 작시, 조두남 작곡의 가곡 ‘선구자’를 불러보겠다”고 말했다.

색소폰과 에어로폰을 연주한 유재량(77, 내가면) 씨는 “본래 색소폰을 연주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조금 부족해져 에어로폰으로 바꿨다”며 “폐활량이 부족한 노인들에게는 색소폰보다 에어로폰이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출연자들이 희망곡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반주기 작동도 도왔다.

해설이 있는 시낭송을 펼친 이종남(70, 강화읍) 시인은 청마 유치환 시인이 통영여중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일제강점기 시절, 가정과 교사로 근무하던 29세의 젊은 과부 이영도 시인에게 37세 유부남이 보낸 5000여 편의 편지 중 시 ‘행복’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당시 심리 상태를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해 듣는 이들의 가슴 속에 옛사랑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온갖 이름 모를 화초들과 수목들이 조화를 이룬 정원 한가운데 봉긋이 솟은 얕은 동산의 나지막이 다듬어진 소나무에서 퍼지는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만개한 꽃들 사이로 울려 퍼지는 음악은 행복 누림의 고품격 문화행사가 됐다.

음악회와 시낭송이 진행되는 동안 정원 한 켠에 준비된 뷔페식 상차림에는 김밥, 어묵탕, 옛날통닭 등 점심메뉴와 수박, 토마토, 막걸리, 소주, 음료가 마련돼 참석자들은 식사를 즐기며 런치쇼 분위기 속에 음악회를 함께했다.

정오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지긋이 눈을 감고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던 한 수강생은 “밋밋했던 노년의 삶 가운데 오늘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자택으로 초대해주신 김원수 교수님과 사모님께 감사드린다”며 “음악을 통해 오감을 깨우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자 수강생은 “선조들의 정원문화와 앎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와 실제를 이어가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오감을 깨우는 행사였다”며 “평소 드러내지 않던 분들이 끼와 재능을 보여주어 깜짝 놀랐고, 그분들이 각자 빚어온 빛나는 세월을 존경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인실 기자
김인실 기자
전 초등교사/ 전 대학강사/ 강화군노인복지관 실버영상기자/ 강화시니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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