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성심중학교 50주년 기념행사가 지난 3일 부평4동 성당에서 열렸다. 성심중학교를 거쳐간 전현직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학교부지를 옮겨야 하는 사정이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욱 큰 자리가 됐다.
이날 기념행사는 오후 4시 소성당에서 개교 50주년 기념미사로 시작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교육관 3층 로고스홀에서는 1부 50주년 기념행사, 2부 제22회 성심인의 날 행사로 진행됐다.
성심중학교는 야학으로, 2년 동안 중학교 과정을 마친다.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고등학교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성심중학교는 1973년 9월 1일 부평1동 천주교회 사목위원회 인준을 받고, 국민재건운동 중앙회의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3일 이수일 신부가 ‘나를 희생하여 남을 사랑하자’는 교훈으로 초대교장에 취임했다.
성심중학교 초창기는 근처 부평공단에서 학업 기회를 잃은 채 일하는 20세 전후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육했다. 이후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년이 넘어 공부의 한을 풀고자 성심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대다수였다. 그동안 졸업생 수는 697명이나 된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학생수를 감안하면 성심중학교를 거쳐간 학생은 2000여 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전한다.
개교 50주년 기념미사가 이날 오후 4시 소성당에서 졸업생과 재학생, 전임교사와 현임교사가 모인 가운데 배효식 바오로 주임신부의 주례로 거행됐다.
미사 중 배효식 주임신부는 “슬픈 소식이 있다”며, “앞으로 2년 후에는 부평4동 성당 내에 유치원이 없어지기에 올해 신입 원아를 뽑지 않았다. 성심중학교도 부평4동 성당내에 있을 수 없어 (새로운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이 인천교구의 바람”이라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미사가 끝난 후 교육관 3층 로고스홀로 향하는 성심인들의 어깨와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1부 50주년 기념행사가 오후 5시 진행됐다. 주임신부는 축사를 통해 “이곳에서 공부하시고 추억을 쌓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아름다운 기억으로 소중한 것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박영조 교장은 “50년의 시간 동안 우리 학교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신 본당 신부님과 교우분들, 각자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시간을 쪼개어 성심에서 봉사해 주신 전임, 현임교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공로패는 성심중학교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34년을 한결같이 봉사한 장중호 교사와 29년을 봉사한 박영조 교장이 받았다.
공로패 수여가 끝나자 재학생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37기가 멜로디언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연주했다. 로고스홀에 모인 170여명의 성심인들을 달콤하고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었다. 이어진 38기의 베토벤 바이러스에 맞춘 신나는 난타공연은 일동을 잔치분위기에 흠뻑 젖게 했다.
1부가 끝나고 2부 제2회 성심인의 날 행사가 이어졌다. 각 기수별 동문들의 소개가 있을 때마다 반가움과 기쁨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31기 김상분 동문회장은 “1970년대에는 우리에게 젊음은 있었지만 삶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여기 이렇게 모여 주경야독하신 선배님들과 재학생, 우리에게 헌신적으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며, “남은 시간도 선생님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열심히 해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17년째 봉사를 해온 김금전 교사는 “학생들은 우리가 희생을 하고 있어 고맙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오후 늦은 시간에 공부하면서도 돋보기 쓴 눈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다 풀린다”며, “내가 학생들에게 받는 것이 더 많다. 갈비뼈가 골절이 됐는데도 성심에는 오게 되더라. 이것도 중독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