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정평화교육원서 평화 공존 향한 디딤돌 놓다

평화·공존을 실천하는 세계시민 양성을 위한 ‘시민-평화를 함께 읽․걷․쓰’가 13일부터 14일까지 인천광역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에서 진행됐다. ‘읽․걷․쓰’란 지정도서를 읽고, 자연 속 평화의 길을 걷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는 것을 말한다.

‘시민-평화를 함께 읽․걷․쓰’ 행사는 ▲평화 관련 도서를 함께 읽고 토의하며 인문학적 평화역량 증진 ▲평화의 섬 교동도 평화산책길 걷기로 평화에 대한 사유의 시간 마련 ▲함께 성찰하고 표현하는 읽․걷․쓰 문화를 통해 시민 평화공동체 형성 ▲인천광역시교육청 어린이․청소년 평화인권선언 홍보 및 확산 등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난정평화교육원은 강화도 교동에 위치하고 있다. 교동에는 박두성 생가가 있다. 박두성은 일제강점기 어려운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에 전념한 평화인물이다.

교동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연백장을 본따 만든 대표적인 평화보물이다. 그 외 평화보물로 실향민들이 고향을 바라보며 슬픔을 달래는 망향대, 교동과 연백을 자유롭게 오가는 철새들의 서식지인 난정저수지가 있다.

또한, 지리적으로 북한과 불과 2.6km 떨어진 접경지역이다보니, 군사적 위험이나 재난에 대비해 인위적으로 만든 은폐된 장소로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주민대피소도 교동의 평화보물이다.

대룡시장내에 있는 실향민의 고향 지명을 상호로 한 가게. 4대째 운영하고 있다. 사진=전성숙

이번 ‘평화를 함께 읽․걷․쓰’ 교육 진행은 다음과 같다.

13일 오전, 세상 모든 어린이가 누려야 할 소중한 평화 이야기를 담은 하마다 게이코의 ‘평화란 어떤걸까’ 그림책을 슬라이드로 읽었다. 이 책은 양쪽 두면을 꽉 채운 검은색의 무시무시한 비행기를 바탕으로 평화란 전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배고프면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등을 평화로 정의했다.

점심 식사 후 함께 걷기시간을 가졌다.

난정평화교육원을 떠나 처음 당도한 곳은 읍내리였다. 강화 읍내리 비석군은 조선시대 선정을 펼친 교동지역의 목민관 수군절도사 겸 삼도통어사 도호부사, 방어사 등의 영세불망비 등 총 43기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군을 뒤로 하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로 갔다. 향교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홍살문 옆에는 ‘수령변장하마비(守令邊將下馬碑)’가 있다. 여기부터 수령이나 변장도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

호젓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교동향교가 나온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교동향교는 1127년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의 중등교육과 지방민의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창건 당시 화개산 북쪽에 있던 것을 조선 중기 부사 조호신(趙虎臣)이 지금의 위치로 이건했으며, 1966년에 중수했다.

현존하는 건물은 대성전·동무(東廡)·서무(西廡)·명륜당·제기고(祭器庫)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성전 안에는 5성(五聖)·송조2현(宋朝二賢) 및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읍내리 비석군의 영세불망비를 읽고 있는 교육생들. 사진=전성숙
교동향교 입구의 홍살문. 오른쪽에 수령변장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전성숙
향교의 오른쪽 문은 사람이 다니는 문이라 열려 있고 가운데문은 신문이라 제례가 있을 때만 열린다. 사진=전성숙

교동향교를 지나 고려시대에 창건한 화개사로 갔다. 화개사에서 내려다보이는 확트인 교동의 자연풍광은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웠고 힐링 그 자체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아는 사람만 안다는 길을 따라 화개산을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가장 작은 순례자 교회의 아름다움도 감상하고 대룡시장에서는 쇼핑도 즐겼다.

화개사로 오르고 있는 교육생들. 사진=전성숙
고려 때부터 간척을 하여 멀리 경작지와 바닷가가 맞닿아 있다, 사진=전성숙
아는 사람만 안다는 화개사에서 내려오는 오솔길. 사진=전성숙
가장 작고 아름다운 순례자의 교회. 사진=전성숙

저녁 식사 후에는 평화를 함께 읽기 시간을 가졌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였다. 교육생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서 교동까지 왔고, 3시간 이상을 평화와 함께 걷기 시간을 가졌음에도 밤늦도록 ‘어린이라는 세계’ 속으로 빠져 들었다.

다음날 14일 아침. 식사 전에는 각자의 산책 시간을 가졌다.

아침 식사 후에는 평화를 함께 쓰기 시간이었다. 글쓰기 강의를 들은 후 글을 쓰고 발표 시간을 가졌다. 본인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자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눈 감동의 시간을 끝으로 ‘평화를 함께 읽․걷․쓰’ 교육은 마무리됐다.

교육생 방순옥(인천시 부평구, 71)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단국가에서 그것도 북한과 가장 가까운 교동에서 접한 평화와 공존에 대한 교육은 다시금 평화에 대한 각성을 하게 했다”며, “지금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안심을 할 수는 없으나, 현재 누리고 있는 평화가 너무나 소중하고, 이 평화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전성숙 기자
전성숙 기자
교육학박사, 강화시니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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