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면 채선엽(102) 옹, “소식·좋아하는 일 하는 게 장수비결이지!”

인생 100세 시대, 인류의 꿈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강화군은 지난 9월 기준 노인인구 37%로 이미 초고령사회가 됐다. 강화군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어르신은 29명. 100세 장수는 개인적 운명일까, 아니면 인생 100세 시대를 방증하는 시대적 흐름일까.

길상면 최고령자 채선엽(102) 옹은 10월 30일 오후 선두리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장수 비결에 대해 “소식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채선엽 옹과의 일문일답.

Q. 100세가 넘도록 건강을 유지하신 비결이 있을까요?

A. 화 내지 않고 마음을 온화하게 먹고 좋은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도 신경 쓰며 살지. 그리고, 난 복이 많은 사람이야. 늘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어.

채선엽 옹이 기증한 아기동물원 프렌쥬랜드 입구의 목각 작품들. 사진=전성숙

Q. 일상생활 습관은 어떠세요?

A. 난 규칙적인 생활을 해. 식사와 수면 모두 일정한 시간에 하지. 식사할 때도 음식을 많이 안 먹고 소식해. 내 양을 먹고 나면 아무리 맛있는 게 있어도 더 이상 안 먹어. 그리고 가만히 있질 않고, 늘 움직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 지금은 기계 다루는 것이 위험해서 큰 작품은 만들지 못해도 소소한 것들은 계속 만들지. 작품에 골몰하고 있으면 잡념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하지. 소식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쉼 없이 움직이는 것, 이 2가지가 내가 오래 살고 있는 이유인 것 같아.

집안 곳곳의 작품들 중 장식장을 채운 작품들. 사진=전성숙
감을 직접 따고, 껍질도 깍아 햇볕에 말리는 중. 사진=정장섭
양파를 심기 위해 삽으로 밭을 만드는 채선엽 옹. 사진=정장섭

Q. 100년을 넘게 사셨으니, 자랑하고 싶은 일도 많으실 것 같아요?

A. 내가 평양공업전문학교를 졸업했거든. 그래서 공업계통으로 성공하고 싶었어. 옛날에는 자동차가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을 개발했지. 큰 화물차 위에 전등 2개를 달아서 마주 오는 차들이 화물차가 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게 하는 라이트를 개발했지. 자동차 사이드 미러가 옛날에는 앞부분에 있었는데 그것을 지금 위치로 옮겨 놨어. 특허 내서 돈도 많이 벌어 애들을 가르칠 수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차들이 정교해지고, 구식은 다 필요가 없게 됐어.

Q. 반대로, 후회되는 일은 없으세요?

A. 1·4 후퇴 때야. 나는 군번 없는 군인으로 입대했지. 남한으로 내려 올 때 아내와 돌 지난 딸이 있었어. 돌 지난 딸을 데리고 내려올 수 없어서 나 혼자 내려 왔어. 그것이 항상 마음에 남아. 휴전이 돼서 제대하고 용유도에서 교편생활을 했지. 우리 집안이 원래 교육자 집안이라, 나도 교편생활을 하다 자원입대한 거였거든. 용유도에서 결혼을 해 두 아이가 태어나니까 교사 월급으론 생활할 수가 없는 거야. 그래도 영어가 돼서 미군부대서 일했어. 월급이 많았거든. 저축해서 돈 모아 갖고 식구들을 서울로 데리고 갔어. 그 후에 딸 둘이 더 태어나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지. 그래도 아직까지 가슴 속에 있는 두 모녀는 지울 수가 없어.

Q. 젊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세요.

A.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재간은 타고 나. 그것을 잘 이용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그것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억지로 다른 걸 하지 말고 하나님이 준 재간을 발휘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채선엽 옹은 좋은 마음으로 규칙적으로 살면서, 소식하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장수의 비결로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행복하면서도 자부심 가득한 모습을 보이셨다. 마치, 한 세기를 넘게 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없다는 표정. 하지만, 한국전쟁은 그에게도 멍애가 됐다. 역사를 전하는 산증인, 채선엽 옹의 건강을 기원한다.

전성숙 기자
전성숙 기자
교육학박사, 강화시니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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