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국궁장 강화정(강화읍 용정리 소재)이 지난 1월 11일 오전 11시, 2025년도 첫 삭회를 열었다.
삭회에 앞서 상명대학교 이진한 교수가 ‘대흥정⟶강화정의 역사성 제고’를 주제로 강의를 하였다. 이진한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활터인 황학정에 대하여 소개를 했다. 1894년 갑오개혁 때 과거제도가 폐지되면서 조선 무사(武士)들은 손에서 활을 놓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고종(高宗)은 조선 백성들의 체력을 향상시키고, 상무정신(尙武精神)을 고취하는 데 활쏘기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으로 1899년(광무3년) 황학정을 설립하였다는 것이다. 1928년 전조선 궁술대회가 개최되었으나 일제강점기 시절 전통무술을 금지하면서 궁숭대회가 사라졌다. 그 후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황학정은 현재 국궁 일번지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강화정의 전신인 대흥정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대흥정은 활터로서만 기능했던 곳이 아니라, 평소에는 문객이 모여 시문을 짓고, 과거시험을 치루는 교육장이었으며, 전란이 있을 때에는 제2의 집무소로 사용될 정도로 중요한 곳이었다. 고종과 순종이 승하했을 때는 망곡(望哭)했던 유서깊은 곳이었다고도 전했다.

대흥정이 소실된 지 70여년만인 2021년 7월 5일 준공식과 동시에 강화정이 개정되었다. 강화정이 개정되기까지 수고한 많은 사람 중에 40년을 장소 선정에서부터 함께 한 양재형 1대 사두의 공헌을 잊을 수는 없다. 이진한 교수는 어렵게 마련된 강화정이 오로지 국궁터로서 기능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지역사회에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장소, 회의를 할 수 있는 장소, 역사를 계승할 수 있는 장소로서 지역사회인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 되기를 기원했다.
점심식사 후 정기총회가 열렸다. 2025년 사업계획으로 제4회 강화궁도협회장배 궁도대회, 제3회 전국 시도실업팀 대항 강화군수배 개최, 9.15 인천상륙작전기념대회 개최, 제5회 강화군수배 개최 등이 발의되었다. 또한, 신임 이사진도 새로 구성되었다. 권태구 전 부사두가 제2대 사두로 추대되었다. 양재형 제1대 사두는 강화군 궁도협회장이 되었으며, 김창순 대한궁도협회장으로부터 명궁패를 받았다.

양재형 1대 사두는 임기를 마치면서 4년동안 강화정의 총무로서 기여한 이종면, 이문영, 나장기, 박광신, 문경성, 구완모 총무들에게 카드선물을 증정하였다. 또한 강화정에 나와서 다른 사원들 습사할 동안, 본인의 습사는 못하고 하루 종일 강화정의 사무에 매달려 희생하였음에 고마움을 전하며 공로를 치하했다.


곧이어 박미애, 박건, 이종현, 안민태, 윤석열, 최임순, 김미향, 장희원, 안민철 신사들의 집궁례가 거행되었다. 집궁례란 신사들이 활쏘기를 연습한 후 처음으로 사대(射臺)에 올라 정식으로 활을 쏘기 시작하면서 치르는 예식을 말한다.

계속해서 이어진 단체전에서는 강화중부팀이 우승을 하였다. 유단자 개인전에서는 조영보 접장이, 무단자 중에서는 원찬희 접장이 1등을 하였다. 왕중왕전에서는 김용태 접장이 우승을 하였다. 접장이란 몰기를 한 사원을 말하며, 몰기란 화살 다섯 개를 갖고 사대에 올라 다섯발 전부를 과녁에 맞추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신사들 중 첫 몰기를 한 원찬희 사원, 이성순 사원, 이창수 사원 등 3명은 몰기패를 수여받았다.






오후 5시경까지 진행된 삭회를 마치며, 권태구 신임 사두는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시고 전국 최고의 멋지고 아름다운 강화정 건축에 힘쓰신 초대 양재형 사두님의 뒤를 이어가게 되어 기쁘고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더욱 협회장님을 잘 섬기겠습니다. 나장기 부사두님과 김광배 부사두님 두 분과 함께 가니 든든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나장기 부사두는 ‘강화정을 튼튼하게 기틀을 잡아주신 양재형 사두님! 그간 고생 많이 하셨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2대 권태구 사두님! 축하 드립니다.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옆에서 적극적으로 보좌해 드리겠습니다.’라며 양재형 1대 사두에게는 고마움을 전하고, 권태구 2대 사두에게는 최선을 다해 보필할 것임을 약속했다.
구완모 신임 총무도 ‘미천한 사람에게 중책을 맡겨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임 총무님들이 구축해 놓으신 기틀을 발판으로 삼아 강화정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심부름꾼으로서 사우님들이 활터에 나오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다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며 새로이 각오를 다졌다.
개정한 지 4년 동안 강화군민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 습사하러 온 궁사들도 강화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궁도인으로서 예법을 지키며 여가를 즐겼다. 이 모든 것이 강화정 임원진의 숨은 노고와 사원들의 강화정에 대한 애정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새 임원진의 각오를 들으니, 강화정이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