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린이집 발표회서 저출산 해법 고민하다

인천 계양구 ‘숲속어린이집’ 아이들의 발표회가 지난 16일 계양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원아들의 부모와 친지는 공지된 입장 시간 1시간 전인 오후 3시 30분부터 몰려들기 시작했다. 입장 시간이 늦어져 강당 앞에 서 있는 시간이 30분 이상 됐에도 불평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부모들은 도착하는 대로 강당 입구에 있는 자녀의 옷 꾸러미를 찾아 들었고, 친지들은 준비한 선물을 들고 강당 문이 열리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드디어 입장이 시작됐다. 어린이집 요청으로 앞 3줄은 촬영을 위한 좌석으로 비워 뒀다. 원아들이 무대에 들고 날 때 가족 중 1명이 교대해 촬영하도록 해 지정석 없이도 무리없이 입장하는 순서대로 앉았다.

발표회가 시작되자 윤상숙 원장은 600여개 좌석을 꽉 채운 가족과 친지들을 보면서, “많이 못 오실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연차 내지 반차 등을 내고 함께 해줘 넘 감사하다”며, “우리 원은 숲 체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여러모로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오늘 원아들의 발표를 보면서 기쁨과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정된 공연시간은 2시간이었으나 터져 나오는 앵콜로 인해 3시간이나 진행됐다. 원아들이 지칠까 봐 걱정하면서도 나오는 앵콜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원아들의 움직임 자체가 예술이었다.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모습 자체가 기쁨이고 환상이었다. 원아들이 입장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고 퇴장하면 아쉬워 앵콜이 나왔다.

지난해 가을 갈라쇼로 눈귀 호강했다는 정장섭(77) 씨는 “아가들의 공연은 눈 호강 귀 호강 정도가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너무나 감동이다. 나도 모르게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를 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연(70) 씨는 “흥이 나 박수도 치고 웃음도 멈추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며, “아가들을 가르치느라 교사들이 수고를 많이 했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발표회는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축복임을 몸과 마음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라는 것은 틀림없으나, 부모도 자녀로 인해 행복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으로 인해 신입생을 받지 못해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가 나온다. 지방교육 재정 알리미가 지난해 3월 1일 내놓은 시·도교육청 폐교재산현황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23년까지 인천광역시 폐교는 59개교다. 그 가운데 24개교가 강화군의 폐교로 약 41%를 차지한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2022년 5월 발간된 ‘조사연구(23권 2호)’에 발표한 ‘저출산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접근: 누가, 왜 결혼과 출산을 꿈꾸지 못하는가?’ 논문에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때 현재에 대한 인식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불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지난 1월 3일 낸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 보도자료(국토정책 Brief 제947호)에서 주택가격, 사교육비 등을 저출산의 핵심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러한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구절벽을 유도한 또 다른 저출산 요인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정부도 출산장려를 위해 정책을 내놓는다. 출산장려책도 좋고 지원책도 좋지만, 내 소중하고 귀한 자녀를 마음 놓고 안전하게 양육하고, 자녀들이 원하는 바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 않을까.

전성숙 기자
전성숙 기자
교육학박사, 강화시니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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