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품격과 멋을 꽃피우다”…시집 ‘아흔의 봄, 일흔의 노을’ 낭송회 겸 정원음악회 개최

인사말을 하는 김원수 교수. 사진=윤석룡
자작시 ‘존재의 이유’를 낭송하는 전원곤 회장(좌). 옆에는 이종남 사회자. 사진=김정자
시낭송과 악기 연주 감상에 몰입한 인문학반 학우들. 사진=김정자

강화군노인복지관 인문학반은 지난 10일 오후 1~2시, 길상면 온수리 길상로에 위치한 락화당(김원수 교수 자택 정원)에서 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정원음악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정원음악회는 농익은 초록 잎 사이로 비치는 오후 햇살과 오로라 핑크빛 덩굴장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모처럼 일상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심는 시간을 가졌다.

락화당의 주인인 김원수 교수는 “올해도 꽃들이 잘 자라 여러분을 모실 수 있어 감사하다”라며 “정성을 다해 가꾼 이 정원에는 250여 종의 꽃이 피어 있으니 마음껏 감상하시고, 꽃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오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원곤(92, 선원면) 학우(이하 씨)는 “인문학의 화두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은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시와 노래로 화답하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재능을 기뻐하는 삶”이라며 자작시 ‘존재의 이유’를 낭송했다.

이어 에어로폰 연주자 유재량(79, 내가면) 씨가 장사익의 ‘찔레꽃’을 연주하며 음악회의 막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합창으로 화답했고, 정원에 울려 퍼진 ‘찔레꽃’은 장사익의 진솔한 마음까지 전해주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

학우들은 시집 ‘아흔의 봄, 일흔의 노을’을 펼쳐 각자의 작품을 낭송하고 시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시의 의미와 살아온 인생을 함께 음미하는 뜻깊은 시간이 이어졌다.

윤석룡(74, 강화읍) 씨는 ‘늙은 어미의 한숨’을 낭독한 뒤 작품의 배경을 소개했다. 농사가 싫어 마른 고추와 마늘을 훔쳐 도시로 달아난 막내아들에게 원망 대신 “참기름은 왜 안 가져갔냐”고 한숨짓는 어머니의 모습은 가난했던 시절을 살아온 학우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즉석 시를 발표한 문영찬(71, 강화읍) 씨는 “락화당의 꽃들을 보니 태초의 에덴동산이 떠올랐다”라며 “내가 근무하는 요양원의 어르신들도 이 정원을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발한 꽃들을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사회를 맡은 이종남(73, 길상면) 씨는 시 ‘대추 한 알’을 낭송하며 정원을 가꾼 주인의 오랜 세월과 정성, 그리고 돌봄의 마음을 되새기게 했다.

이춘임(80, 강화읍) 씨는 “따뜻함과 정이 있고 인생이 있는 인문학반 정원음악회에서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차순복(95, 불은면) 씨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강화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온 것이 큰 행복”이라며 “가슴속에는 늘 두고 온 북한의 어머니가 있다.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구의 ‘한 많은 대동강’을 불러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를 지켜보던 김정자(78, 양사면) 씨는 차순복 씨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를 전했다.

색소폰 연주자 이상옥(92, 화도면) 씨는 시 ‘고향다리’의 배경을 설명하며 “어린 시절 냇가에서 들리던 빨래방망이 소리가 마치 고전 북소리 같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색소폰으로 ‘긴 머리 소녀’를 연주해 고향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서양화가 정정신(80, 양사면) 씨는 “락화당의 수많은 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했다”라며 “멀리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어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고 설명했다.

참석한 모든 학우가 시 낭송과 노래, 악기 연주를 한 가운데 정원음악회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물음을 시와 음악,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또한 시집 ‘아흔의 봄, 일흔의 노을’ 후속 작품집 발간을 향한 밑거름이자, 내년 새로운 시집에서 다시 만날 씨앗을 심는 의미 있는 행사로 마무리됐다.

유재량 에어로폰 연주가와 김정자 왕총무의 화음. 사진=김인실
이상옥 색소폰 연주가의 ‘긴머리 소녀’ 연주. 사진=김인실
즉흥시 ‘락화당에서’를 낭송하는 문영찬 학우. 사진=김인실
음악에 맞춰 포크댄스를 추는 강화군노인복지관 인문학반 학우들. 사진=김인실
정원 ‘락화당’을 가꾼 김원수 교수와 전숙자 사모. 사진=김인실
락화당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했다. 사진=김인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는 꽃들. 사진=윤석룡
이 아름다운 꽃이 피기까지 얼마나 큰 수고가 있었을까. 사진=윤석룡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 중에서. 사진=윤석룡
락화당에는 철 맞춰 핀 꽃과 해외 직구 자기인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윤석룡

 

김인실 기자
김인실 기자
전 초등교사/ 전 대학강사/ 서양화가/ 수필가/ 강화군노인복지관 실버영상기자/ 강화시니어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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