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신문=추미양 기자] 서두문(77) 씨는 40년이 넘도록 아내와 함께 숲을 찾아 여행합니다. 건강과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강조합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 완주를 목표로 틈틈이 강을 따라 달립니다. 이런 노익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는 서두문 씨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해 보이십니다.
사실 6년 전,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평생 약을 먹어야 합니다. 암담했지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새벽 4시 20분에 일어나 집 부근 공원 트랙을 파워 워킹으로 네 바퀴 돌았습니다. 8000보 정도 됩니다. 귀가해서 아침을 먹고 잠시 쉰 뒤 아령 등 운동기구를 사용해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합니다. 은퇴 후 헬스장을 다녔지만, 지금은 집에서 해요. 나이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드니 근력운동은 꼭 해야 합니다. 근력운동할 때는 힘쓸 때 숨을 뱉는 호흡에 신경 써야 하고, 운동기구 중량은 천천히 늘려나가야 합니다.
건강 체크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지난 10월 5일 골밀도 검사 결과를 보니 아직도 10대 수준입니다. 의사는 “놀라운데요. 연구 대상입니다”라며 믿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내 골밀도도 평균치를 웃돕니다. 기저질환이 있지만 아직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걷기, 자전거, 근력운동, 숲속 여행을 오랜 기간 지속한 덕분입니다.
Q. 자전거 국토종주를 시작하셨지요?
자전거는 젊은 시절부터 즐겨 탔고, 은퇴 후에도 아내와 함께 라이딩을 즐겼습니다. 2002년 서울에 살게 되면서 영동대교 북단에서 행주대교 남단까지 왕복 64km 주행을 자주 했어요. 어느 날 뚝섬유원지 지하철역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놓고 수락산 등산을 다녀왔지요. 그런데 자전거가 없어졌어요. 도난을 당한 것이죠. 그 후 자전거와 멀리 지냈는데, 4대강 자전거길이 완공됐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가슴이 뛰더군요. 즉시 버킷리스트에 올려놨고 지난 5월 4일 서해갑문인증센터에서 국토완주를 위한 첫 주행을 시작했어요. 페달 주행이 무리라고 여겨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구입했죠. 77세 나이를 고려했고, 평일에도 지하철에 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접이식은 고속버스나 시외직행버스에도 실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현재 13개 자전거길 중 9개 코스를 완주했고 남은 4개 코스는 내년으로 미뤘어요. 찬 바람이 불 때는 체온 관리가 힘들거든요. 13개 코스를 모두 완주하면 ‘국토 완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됩니다.
Q. 아내와 함께 하는 여가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여가란 경제활동이 아니고 휴식을 겸한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신의 활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이죠. 노년의 삶은 그 자체가 여가라고 봅니다. 젊었을 때는 딸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캠핑과 피크닉을 즐겼어요. 자식이 모두 출가한 뒤로는 숲을 찾아 여행을 다니고 휴양림에서 아내와 둘이 캠핑을 했죠. 숲속 야영장에서 둘이 마주 앉아 있으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고,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죠. 숲길을 산책하면 심신이 치유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숲속에 있는 숙소에서 주로 잡니다.
맛집 탐방도 즐깁니다. 아내를 잠시 주방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죠. 장거리 여행 중 점심은 꼭 맛집에서 해결합니다. 당일 여행일 때는 지하철역이나 도시 숲 중심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갑니다. 아내가 무척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저도 행복하고요.
Q. 여행지로 숲을 찾는 이유는?
경북 영주에서 근무하던 28세 시절, 직장 상사의 권유로 소백산 겨울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이때부터 산을 좋아했고 숲을 꾸준히 찾았죠. 퇴직 후, 서울숲지킴이에 지원해 교육을 받고 숲 해설과 탐방 안내 봉사를 했습니다. 제 취향에 잘 맞더군요. 본격적으로 숲 해설 공부를 하기 위해 숲해설가 양성기관인 숲생태지도자협회에서 100시간 넘는 장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휴양림과 생태공원 등지에서 숲 해설을 했습니다. 숲이 주는 치유 효과와 혜택을 너무나 잘 알고 체험도 하니 나이 먹어도 숲을 계속 찾게 됐습니다. 쉴 휴(休) 한자를 들여다보면 사람이 나무와 함께 있습니다. 휴식과 휴양은 나무가 있는 숲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노후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부부의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내가 아무리 건강해도 아내가 아프면 함께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마음도 불편합니다. 아내가 행복하면 저는 갑절로 행복해집니다. 그러니 아내의 소망을 가능하면 모두 들어줍니다. 요즘 황혼이혼, 졸혼, 별거하는 노인들이 종종 있는데, 참 안타까워요. 결혼 후에는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책임이 따르는데,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기심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아내를 ‘누구 엄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여보’라고 부릅니다. ‘여보’라는 호칭은 ‘여기를 보세요’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해요. 호칭을 통해 부부의 관점과 초점을 하나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합니다. 다름은 인정하되 양보하면서 서로 맞춰가는 것이지요. 그래야 부부 사이가 원만하고 편안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서로 의지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