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번호의 전화가 와서 반갑게 받았다. “××당 강화군수 후보 아무개”란다.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나 그가 강화를 위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순간 불쾌감이 들었다. 기자를 비롯해 강화군민을 만만히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전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온다. 조금씩 피로감이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10월 16일은 전국 지자체장 보궐선거일이다. 전국 4개 시군에서 지자체장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강화군도 故 유천호 군수가 3월 9일 지병으로 사망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다. 이 선거를 앞두고 강화군에서는 많은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때는 22명 내외의 후보가 거론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8월 16일 기준 13여명의 예비후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후보군 중에는 군수로서의 능력과 인품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유능한 후보자들도 보이지만 군수로서 자질을 검증 받지 못한 함량 미달 후보도 눈에 띈다는 것이 주민들의 평이다. 후보들의 이름과 경력을 알아보자(가나다 순).
국민의힘은 계민석(55) 전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 곽근태(70) 평화에너지데크 대표이사, 김세환(60)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김순호(64) 전 강화군 부군수, 김지영(64) 인천강화균형발전협의회 이사장, 나창환(70) 서해인베스트 대표, 박용철(59) 전 인천시의원, 안영수(72) 전 인천시의원, 유원종(45) 전 코레일 유통사업본부장, 전인호(57) 미래발전포럼 강화군 지부장, 전정배(60) 전 국회입법정책보좌관, 황우덕(66) 전 강화인삼조합장 등 12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연희(65) 전 평택부시장 1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강화군수 보궐선거는 9월 26∼27일 후보자 등록을 하기 전에 양당의 경선을 거쳐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본인이 강화군수로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주민들에게 표를 읍소한다. 그러나 군민들은 이제 안다. 이제 강화군민은 누가 적임자고, 누가 함량 미달인지 판단할 수 있다.
비록 임기가 1년 9개월인 단기 군수이지만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강화의 최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임무가 주어진다.
첫 번째는 인구소멸 문제다. 강화는 고려 왕궁이 천도했을 때는 40만 명이나 살던 곳이다. 1970년대에는 인구 12만 명으로 김포보다 인구가 더 많았다. 그러나 지금 김포는 50만인데 강화는 7만 이하다. 강화에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이들은 강화를 벗어난다. 이는 외지로 이사를 부추기고,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폐교가 증가한다.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우수산업체 유치가 강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두 번째는 노인인구 급증으로 인한 초고령화다. 강화는 지난 4월 17일 통계청 기준 전체 인구의 35.5%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국 최고의 초고령 지역이다.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일자리 마련은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노인의 건강과 의료문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안이다.
세 번째는 교통문제 해결이다. 영종도와 강화도에 연륙교를 설치하고, 계양-강화 고속도로를 조기에 완공해 만성적인 교통적체를 해결해야 한다. 강화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통문제 선결이 절실히 요구된다.
네 번째는 강화 농어민을 위한 청정한 환경 유지와 보전이다. 무농약과 환경유해물질 근절을 정착, 도시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이뤄 농어민 소득을 증대하는 역할을 챙기는 것도 앞으로 강화군수가 해야 할 일이다.
이처럼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허울 좋은 공약만 남발하는 무경험자 군수 후보는 필요 없다. 풍부한 경험과 식견으로 현안을 파악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행정능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적임자가 군수로 선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