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식 한국장례공연연구회 회장, “슬픔 대신 기쁨으로… 장례 문화 바꿔야”

한국장례공연연구회 김남식 회장은 “우리나라 장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껄끄러운 주제인 죽음을 다루는 장례식에서, 슬픔 대신 기쁨으로 고인을 보내드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남식 회장은 한국장례공연연구회를 창립하여 장례식에서 국악을 연주하며 슬픈 장례식 일변도에서 고인을 기쁜 마음으로 보내 드리는 환송의 자리로 승화하는 고급진 장례 문화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강화시니어신문은 김남식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남식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한국장례공연연구회를 창립하신 경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까요?

A. 제가 한국 장례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2007년 12월에 동초제 판소리 창시자인 김연수 선생 탄생 100돌 기념 공연을 관람하고 나서입니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동초 김연수 선생의 제자인 오현, 박미옥 명인이 진도 씻김굿을 공연했는데 그 장엄함과 엄숙한 분위기를 보고 숨이 막힐 듯이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무대를 왜 우리나라의 장례식에서는 공연하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의 장례 공연 문화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장례식장에서 진도 씻김굿 같은 공연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장례식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우리는 장례식을 슬프고 엄숙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주나 유족들이 통곡하며 슬퍼한 나머지 기진할 정도가 되어야 불효자를 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장례식 빈소는 슬프고 음습한 장소의 대명사가 됐던 것입니다. 둘째는 경비 문제입니다. 유명한 국악인은 물론이고 무명의 무속인이 공연을 하더라도 유족들에게 큰 부담이 될 정도의 경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리고 흔히 노잣돈이라고 하지요. 슬픔에 젖어있는 상주나 유족들에게 속옷값이다, 노잣돈이다 하며 과다한 경비를 지출하게 하는 것들이 장례 공연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례공연을 진행하는 김남식 회장. 사진=한국장례공연연구회
살풀이춤 공연. 사진=한국장례공연연구회
회심곡을 부르는 국악인. 사진=한국장례공연연구회
장례공연을 마치고 공연자와 유족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사진=한국장례공연연구회

Q. 장례 공연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상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장례 공연 행사비를 저렴하게 책정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장례공연연구회에서 주관하는 공연에는 현재는 최소 인원으로 4명이 공연에 참여합니다. 공연비는 90만 원부터 시작이 됩니다.

Q. 상주들이 유명한 국악인이 공연해 주기를 요청하는 경우는 없나요?

A. 그런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저의 존경하는 스승이신 인간문화재 일통 김청만 선생님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가수 장사익 선생이 오셨습니다. 유명한 가수가 오셨으니 분위기가 어땠겠습니까? 조문객과 주위 분들이 장사익 선생에게 “노래 한 번 하라”고 막 졸랐습니다. 그때 장사익 선생이 노래를 시작했는데 그때 분위기가 완전히 장례식장이 아니었습니다. 축제 분위기가 됐습니다. 박수치고 따라서 노래하고 앵콜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고 우리나라의 장례 문화도 바뀌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장례 공연을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A. 2010년 6월에 처음 공연을 주관해 봤습니다. 처음 공연한 장소가 바로 제가 현재 살고 있는 논산이었습니다. 우리의 장례 공연을 보시고 상주들이 너무나 좋아하시더군요. 상주들이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고 감사해했습니다. 상주들이 그 후로도 자녀들이 다 잘 돼서 집도 새로 짓고 사업도 번창한다고 감자 농사 때가 되면 감자도 보내주시고 고마워하시더라고요. 한국장례공연연구회는 지금까지 10여 년간 여러 번 장례 공연을 했으나 유족들이 대부분 만족했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Q. 장례 공연 문화가 고인을 위한 것일까요? 상주를 비롯한 유족을 위한 것일까요?

A. 참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돌아가신 분은 장례식의 슬픔조차도 모르고 가시지만 남아있는 유족들은 큰 상처를 받고 고통의 나락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유족들은 고인에게 불효했다는 죄책감으로 깊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합니다. 천수를 누리시고 돌아가신 고인에게 유족들이 슬퍼하는 것만이 효도일까요? 장례 공연을 통해서 모든 트라우마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것,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부정을 긍정으로 변환하는 것, 이것이 장례 공연의 또 다른 목적입니다.

Q. 우리나라의 장례식 문화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며칠 전 지인의 93세이신 모친이 건강하게 사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건양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장례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고인의 유족이신 따님이 춤을 덩실덩실 추시는데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를 낳으시고 잘 키워주셔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시고 천수를 누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이 자리가 슬픈 무대가 아니라 축복으로 보내드리는 환송의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장례 공연이 끝나고 제가 참석하신 분들에게 “오늘 장례 공연 보신 소감이 어땠습니까?” 물어봤습니다. 모두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참! 좋았습니다.”라고 대답하시더군요.

Q. 장례 공연을 주도할 수 있는 분들은 확보되어 있나요?

A. 그렇습니다. 한국장례공연연구회에 가입되어 있는 분은 물론이고 전국 각 지역의 노인복지관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 중에도 장례 공연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은 많이 계십니다. 회심곡, 살풀이 등 기존의 음악이나 악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 현악기를 이용하여 서양음악을 연주해도 좋은 장례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장례 공연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겠네요?

A.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더 잘 될 겁니다. 전국에 장례식장이 얼마나 많습니까? 장례 공연 문화가 확산이 되면 엄청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상주가 원하시는 형태로 가야금, 아쟁, 해금 등 국악기나 바이올린, 첼로, 아코디언 등 서양악기를 이용한 공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각 노인복지관마다 깊이 있는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 노인 일자리 창출이 대단하지 않겠습니까? 노인만이 아니라 음악을 전공한 젊은이들에게도 공연의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입니다.

Q. 한국장례공연연구회에서 개발한 정형화된 모델이 있나요?

A. 네! 한국장례문화연구회에서 우선 개발한 것이 짧게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공연을 하는 형태인데, 처음에 ‘회심곡’을 부르고, 다음에 공연하는 것이 돌아가신 고인과 가족 사이에 그동안에 얽혀있던 모든 애증관계를 들고 간다고 하는 살풀이춤이 있습니다. 또한 돌아가신 고인의 혼을 잘 달래주기 위해서 진혼곡을 가야금이나, 아쟁, 해금으로 연주하는 것 등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한국장례공연연구회는 ‘연구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앞으로 장례식장 안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수용해서 공연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한국 장례공연연구회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긴 시간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

한국장례공연연구회(김남식010-5916-1009) 유튜브 영상 장면

https://youtu.be/fGhiRn7PUnY?si=fj8uxWnOzgoGOQCH

 

윤석룡 기자
윤석룡 기자
교육학박사/ 전 한국지방교육정책학회 회장/ 전 경기도다문화교육연구회 회장/ 전 마송중앙초 교장/ 강화군노인복지관 실버영상기자단 단장/ 강화시니어신문기자단 단장

관련기사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