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산골음악회, 일통 김정만 국가지정고법전수관 건립 확정 기념 음악회로 열려

제24회 산골음악회가 12월 28일 오후 4시 충남 논산시 벌곡면 덕곡리 나눔터 일대에서 논산두레풍장(단장 김상윤)과 부여추양리두레풍장(단장 이규환)의 길놀이 풍장 공연을 시작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논산두레풍장은 전통적인 옛날 연주방식을 고집해서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나며, 부여 추양리두레풍장은 김덕수의 사물놀이처럼 가볍고 명랑한 소리가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산골음악회에는 모든 출연자가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며 모든 참석자에게는 무료로 숙식이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논산두레풍장(단장 김상윤)의 길놀이 풍장을 시작으로 산골음악회는 시작되었다. 사진=윤석룡

부여 추양리두레풍장. 사진=윤석룡

구성진 소리와 함께 화려한 언변으로 관중들을 매료시킨 곽월주 명창. 사진=윤석룡

1시간 정도 길놀이를 마친 후 나눔터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관중들은 6시 30분부터 공연장으로 모였다. 산골음악회 공연은 남도민요 소리연구가 곽월주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순서는 대한감리회 소속 80세 이상 최고령 14명의 장로로 구성된 엘림합주단(단장 한기석 장로)의 서양악기 연주로 시작되었다. 92세 구자은 고문을 비롯한 엘림합주단은 원숙한 솜씨로 악기를 연주하여 청중들로부터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인사말 하는 김갑수 원장

김갑수 원장은 “산골음악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하며 오늘의 음악회를 준비해 오신 회원님들과 특히 며칠 동안 이 많은 음식을 장만해 주신 덕곡2리 부녀회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승희(국가무형유산 태평무이수자)의 장고춤.   사진=윤석룡

이어서 이승희(국가무형유산 태평무이수자) 선생의 장고춤 공연이 있었다. 이승희 선생은 장고를 어깨에 비스듬이 둘러메고 오른손에는 장고채를 왼손에는 궁채를 들고 여러가지 리듬으로 변화를 주며 독특한 걸음걸이로 가볍게 움직이고 뛰어 흥을 돋웠다. 그런가 하면 느린 장단으로 흥을 돋우며 춤을 추다가 빠른 장단의 장고가락을 구사하는 기교를 가미하여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판소리 심청가 중 ‘부녀상봉대목’을 열창한 송효진 명창. 사진=윤석룡

이어진 순서는 판소리 심청가 중 ‘부녀상봉대목’을 열창한 송효진(무형유산 마음터 락이대표) 명창의 순서였다. 송효진 명창은 심청이가 맹인잔치를 열어 부녀가 상봉하고 아비가 눈을 뜨는 대목을 열창할 때 전국의 많은 맹인들이 동시에 눈을 뜨는 대목을 실감나게 표현하여 관중들의 호응을 받았다.

덕곡2리 나눔터풍물단의 웃다리풍물. 사진=윤석룡

다음은 덕곡2리 주민들의 발표 순서로 나눔터풍물단(박인우 외)이 웃다리풍물을 연주하여 관중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들은 매주 1회 2시간 씩 연습했으나 행사를 앞두고는 2회 4시간 씩 연습을 했다고 한다.

거연당 장단팀(대표 김남식)이 7장단을 연주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윤석룡

거연당 장단팀은 일통 김정만 선생의 제자들로 김정만 선생으로부터 7장단을 전수 받은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들은 정중하고 위엄있게 ‘7장단’을 연주하여 고법전수자로서의 진수를 보여 줬다.

덕곡마을 부녀회원들의 라인댄스 공연. 사진=윤석룡

덕곡마을 부녀회원들이 농사나 짓던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여 라인댄스를 선 보이자 좌중은 놀라움으로 술렁였다. 이들은 화려한 라인댄스를 유감없이 선 보여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김영숙(국가무형유산 선소리 산타령이수자)의 진도 북춤. 사진= 윤석룡

김영숙(국가무형유산 선소리 산타령이수자)은 능숙하고 화려한 춤사위로 진도 북춤을 연주하여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신미경(국가무형유산 살풀이 이수자) 검무낭. 사진=윤석룡

신미경(국가무형유산 살풀이 이수자)은 검을 이용한 춤 ‘검무낭’을 선보여 검의 살벌한 동선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신미경은 전통무예의 움직임을 춤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역동성을 불어 넣었고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관중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보였다.

창극 놀부제비잡는 방법을 공연한 김정환, 김연섭, 임홍주 국악인. 사진=윤석룡

창극 ‘놀부제비잡는방법’을 공연한 김정환, 김연섭, 임홍주 국악인은 해학적인 대사와 몸짓으로 관중들을 폭소하게 하여 우리 창극이 얼마나 재미있는 영역인지 새삼 느끼게 했다.

민요메들리를 열창한 서울노고지리 예술단. 사진=윤석룡

서울노고지리예술단의 공연을 끝으로 예정했던 모든 프로그램은 종료되었으나 관중들의 앵콜을 연호하는 함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이어서 노래방 타임이 진행되었다. 아무나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시간이었다. 노래방 시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이 시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외국인 커플도 눈에 띄었다.

 

모든 참석자에게 숙박과 음식이 제공되는 산골음악회. 사진=윤석룡

노래방 타임은 새벽까지 계속되었고 그동안 술과 안주는 계속 나왔다. 이튿날 아침 모든 사람들에게는 따끈한 쌀밥과 해장국이 제공된 것은 물론이다.

참석자들이 1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는 산골음악회, 이 산골음악회가 있어서 문화적으로 소외받는 산골 주민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이 산골음악회는 내년에도 계속될 계획이다.

다음은 김갑수 원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문 : 24회 째 산골 음악회를 계속하고 계시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이 행사를 진행하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답 : 저는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충청도 일대에서 과학교사를 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부터 산골생활을 동경해서 논산 벌곡면 덕곡리 일대에 산을 조금 구입하고 주말에 이곳에 와서 농사일을 했습니다. 동네 분들이 친절하게 농사일도 가르쳐 주시고 반찬거리도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 마지막 토요일에 조그맣게 잔치를 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몇 분 오셔서 공연을 했는데 너무나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해마다 산골음악회를 하게 된 거지요.

문 : 이 나눔터에는 매일 평균적으로 10명 이상의 식객이 머물면서 공동 작업도 하고 세미나도 갖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소요되는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답 : 저와 아내의 연금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습니다. 경비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 마시고 이곳에 오셔서 며칠 쉬었다 가시기 바랍니다.

문 : 강화시니어신문은 김갑수 원장님이 강화도 분이라는 데에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관심이 많습니다. 고향이 아닌 이 충청도 논산에서 오랫동안 산골음악회를 개최하시는 이유랄까 동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답 : 저는 번화한 곳보다 한적한 산골에서 사는 것을 원했습니다. 여러 곳을 다녀 봤지만 덕곡리가 우선 땅값이 싸서 좋았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에 찻길이 없어서 걸어 다녔던 곳입니다. 교직에 있는 아내와 제가 25년 동안 조금씩 땅을 마련해서 지금의 2만평 정도 되는 나눔터를 만들었습니다.

문 : 내년에는 강화도 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초청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답 : 오래 전에 강화 월곶리 풍장팀이 버스를 대절해서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산골음악회는 어느 지역을 우대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니 좋은 팀이 있으면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석룡 기자
윤석룡 기자
교육학박사/ 전 한국지방교육정책학회 회장/ 전 경기도다문화교육연구회 회장/ 전 마송중앙초 교장/ 강화군노인복지관 실버영상기자단 단장/ 강화시니어신문기자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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