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제정됐는데…돌봄·의료, 어떻게 통합하나?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회장 조남범)와 한국방문간호사회(회장 박영숙)가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청중석을 가득 메워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사진=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한국방문간호사회가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조남범 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서로 다른 목적과 시스템을 갖고 있는 돌봄과 의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지난 3월 제정된 ‘의료·돌봄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2026년 3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돌봄통합지원법의 핵심인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돌봄통합지원법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기존 다양한 공급주체가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 노인과 장애인 등 서비스 대상의 필요에 따라 개인화해 제공하겠다는 것. 다만,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미흡한 상태다.

이 같은 과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해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회장 조남범)와 한국방문간호사회(회장 박영숙)가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김정미 이사(행복한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장)은 “(돌봄통합지원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되고, 예방적 건강관리부터 생애 말기 돌봄까지 책임지는, 공공성을 지닌 재가 완결형 통합지원 연계 체계”라며, “다만, 의료와 요양을 어떻게 통합·연계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2023년부터 전국 12개 지역에서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정미 이사는 “건강과 노화단계에 따른 의료·요양·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연계돼 작동되고 있는지, 돌봄 인프라와 서비스 확충은 어떻게 할 것인지”라며 반문했다.

김정미 이사는 “노인 의료·요양·돌봄의 통합지원이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목적으로 한다면, 예방적 기능의 중요성도 같이 다뤄져야 한다”며, “현재 복지부의 돌봄 현황자료에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40여 년의 노인돌봄 경력을 지닌 김정미 이사는 “지금부터라도 지역사회 재가노인복지의 예방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의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산하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는 지역 내에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및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 독립적인 일상생활 영위 등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지난 9월 기준 전국 410개소에서 1705명의 종사자가 이용자 4만271명에 대한 돌봄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는 1995년 설립 이후 대상자 발굴과 연계, 일상생활 지원 등을 통해 재노인지원서비스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의료·돌봄 통합지원제도 정착에도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돌봄·의료 통합 관련, 이날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한국방문간호사회 임지영 이사(인하대 간호학과 교수)는 “한국방문간호사회는 2016~2022년 진행된 장기요양 통합재가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 실현을 위한 방문간호의 역할과 순기능을 입증했다”며,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와의 연계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돌봄·의료 통합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영 이사는 또, “일본의 소규모 다기능 거택개호 사업이나 미국의 PACE 프로그램 등의 선례와 같이 통합재가서비스의 성공적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케어 믹스(care mix)’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지역통합돌봄의 성공적 안착에 방문간호의 역량을 접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시범 연계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서동민 교수는 돌봄통합지원법 제정 취지와 과정을 설명하고, 의료·돌봄 통합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서동민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 ‘지역기본돌봄서비스’ ‘국가표준돌봄서비스’를 중심으로 의료·돌봄 통합을 시작해야 한다”며, “특히 과거 가정봉사원파견시설부터 돌봄의 역사성을 갖고 있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와 방문간호와의 상호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남인순·김남희·김윤(이상 더불어민주당), 서범수(국민의힘) 국회의원 주최,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사단법인 케이브이앤한국방문간호사회 주관,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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