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시인 청란(靑蘭) 왕영분의 다섯 번째 시집 ‘차 한 잔 하실까요?’가 예술인 지원금으로 18일 발간됐다.
왕영분 시인은 2003년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4권의 시집을 발간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시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대통령 탄핵 등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발간기념식을 대신해 지인들과 간단한 송년 모임으로 대체했다.
시인이자 영상작가인 청란은 2008년 일출 사진을 찍으러 속초를 방문한 후 5년간 속초에 머물렀고, 2012년 강화 장화리에서 일몰 사진을 찍다가 강화의 풍경과 인심에 매료돼 강화로 이주했다. 이후 줄곧 강화 사람으로 살아가며 4권과 5권의 시집을 강화에서 집필했다.
강화의 포근한 인심, 부드러운 해풍, 따스한 햇살이 그의 시상에 자양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왕영분 시인은 지난 8월 영랑문학상을 수상하며 치열한 작가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차 한 잔 하실까요?’는 강화의 아름다움과 그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란 시인의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작설차를 마시며
마르고 비틀린 잎들이
따스한 물속에서
참새 혀처럼 기지개 켠다.
정겨운 향 따라
다소곳이 얼굴 디미니
스멀스멀 세포들이 일어선다.
쌉싸래한 맛이 입가에 맴돌고
그리운 얼굴
자꾸 뒤돌아보라 한다.
세월 속에 소원했던 우리 사이
이제 가까워질 수 있을까?
방안 가득히 넘실대는 그리움
오늘은 쓰디쓴 작설차 한 잔으로
바다같이 넓어진 내 마음
용기 내어 따스한 손 내밀자
청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차 한 잔 하실까요?’ 에 대해서 시조시인 이광녕은 이렇게 평하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난 청란 시인은 문학적 감성이 풍부할 뿐 아니라, 미적 감각이 탁월하고 긍정적이며 부활의지가 강하다. 그녀의 작품세계 속에는 어느 누구의 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의식(意識)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는 맑고 밝은 영적 깨달음과 놀라운 미래지향적 시관이 펼쳐져 있다.
무정한 세월 속의 거센 세파에 시달리면서 외롭게 흐느껴온 그녀, 그런 그녀가 어찌 이리도 주옥같은 명작품들을 지어낼 수 있었단 말인가!
아마도 이러한 성과는 그녀의 타고난 문학적 재능과 긍정적인 인생관, 그리고 끊임없는 문학 사랑 때문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 청란 시인의 해맑은 성정이나 미래지향적인 긍정적 인생관은 많은 문인들에게 정서적 문학적으로 크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소중한 시집이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소망의 불빛으로 떠올라, 인생을 맑고 밝게 비춰주는 참된 지침서가 되어주길 바란다.”
-이광녕 〈평설〉 중에서
작가 소개
청란(靑蘭) 왕영분 1948년 1월생.
- E-mail: ybttn@hanmail.net
-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강화지부, 월간 문학세계, 청안문인협회, 한국예인문학, 한국미소문학 회원
수상
-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문학상(2003), 다산문학회 대상, 영랑문학상, 월간문학세계문학상, 한국미소문학상, 한국예인문학상
작품집
- 시집: 『속삭임』, 『햇살 한 줌의 행복』, 『참나리 사계를 살다』, 『쉬었다 가렴』, 『차 한 잔 하실까요?』
- 좋은 시(詩) 선정: 《김포 데일리지》, 《대구신문》, 《내외신문》
- 공저: 『2018 한국을 빛낸 문인』, 『내 마음속의 독도』, 『연꽃 앤솔러지』, 『22인의 명시(名詩)』 외 다수